20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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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롤모델
[37글] 주말에 도서관에 갔다가 예전에 한번 빌렸던 책을 다시 빌려왔다. 작가 쓰무라 기쿠코의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라는 소설인데, 몇 개월 전에 첫 몇 페이지를 읽고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반납을 했기 때문이다. 다시 빌린 것은 소설 속 등장인물의 소소한 아침을 꼼꼼하게 표현해 놓은 부분을 다시 읽고 싶어서다. 그때도 '아, 이런 글을 써야 하는데'라며 아내에게 몇 구절을 읽어줬던 기억이 난다. 살면서 롤모델 같은 건 없었다. 특히 거창한 '인생의 롤모델' 같은 건 더더욱. 자존감이 높아서 남의 인생보다 내 인생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뭐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딱히 닮고 싶은 인물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작가의 글을 보면서 처음 무언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
2024. 11. 6. -
살기 좋은 곳
[36글] 개인마다 '살기 좋은 곳'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집값을 결정하는 '역세권', '슬세권'을 살기 좋은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먹거리나 놀거리가 있는 곳, 혹은 세상 조용한 '숲세권'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경우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인가'가 기준이 된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 있는 거라곤 이마트와 코스트코 밖에 없었다. 주변은 여기저기 아파트가 들어서느라 공사가 한창이었고 상권도 좋지가 않아서 외식이라도 하려면 차를 타고 멀리까지 나가야 했다. 그리고 몇 년 새 아파트들이 완공될 때쯤, 가까운 곳에 고속도로 IC가 생기고, 도서관, 주민센터와 보건소도 생겼다. 작년에는 주민센터 옆에 파출소도 들어섰다. 멀지 않은 곳에 대학병원도 2개나 있고. ..
2024. 11. 5. -
걷고 타고 출근길
[35글] 평소 자차로 출퇴근을 한다. 서울 강북에서 신혼집을 차린 후 주머니 사정에 조금씩 위로위로 올라가다 보니 의정부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의정부 택지지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집앞에 IC가 생긴 후로는 쭉 자차로 출퇴근하는 중이다. 간혹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철야 후 택시를 타고 퇴근하게 되거나 외부 일정 때문에 차를 회사에 두고 퇴근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버스와 지하철로 출근한다. 그런데, 어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빨리 퇴근하고 싶어 조금 이르게 회사를 빠져나와 지하철을 탔다. 퇴근 시간의 도로는 기약 없이 막히다 보니, 칼퇴근을 하려면 대중교통을 타는 게 좋다.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길은 자차로 1시간,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 오늘은 ..
2024. 11. 5. -
개명(改名)의 추억
[34글] 얼마 전 첫째의 이름을 개명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물론 고민의 기간이 있었지만 빠르게 결정하고 진행을 할 수 있었던 건 내 이름을 개명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역시 두 번 째는 쉽다. 내 예전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셨지만 특별한 사연이나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놀림을 많이 받는 이름이었다. 바꾼 지 어느덧 5년이 흘렀으니... 이번 글은 내 개명에 대한 회고록 정도가 되겠다. 초등학교 시절, 정확히 2학년 담임 선생님의 '놀림' 덕에 내 이름이 놀림거리가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께서 동네 복덕방에서 대충(?) 지어오셨다는 그 이름으로 한평생을 살기에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버거운 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흔한 이름은 아녔기에 다른 사람에게 ..
2024. 11. 4. -
소소하고 무덤하게, 오답의 기록
[33글] '오답의 기록'이라는 블로그 제목을 지으면서 처음부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쓰는 내용에도 그만큼 부담을 가지게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목적 자체가 삶의 헛발질들을 소소하고 무덤하게 오래 쓰려고 만든 것이니 '오답의 기록'이란 이름은 딱 적당했다. 블로그를 다시 열면서 나와 주변의 변화도 조금 있었는데, 생활 속 글감을 계속 찾으며 꾸준히 관찰하고 있다는 점과 아내와 첫째 아이가 나를 따라 블로그를 오픈했다는 점이다. 최근 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아내는 나름의 실험적인 글쓰기를 블로그를 통해 시작했고, 첫째도 자기와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주제를 글로 써 내려가고 있다. 모두 이 블로그로 시작된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 싶다. 나중에 둘째도 블로그를..
2024. 11. 4. -
밤티라미수컵
[32글] 요 며칠 우리 집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푹 빠져 있었다. 지난 주말에 함께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주중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빼고 챙겨본 터라 나는 초반부와 마지막 편만 시청했다. 배신자들...! 그리고 오늘 아침, 모처럼의 가족 산책을 나섰다가 편의점에 들렀는데 흑백요리사 우승자 나폴리 마피아가 모 편의점에 출시한 '밤티라미수컵'을 발견했다. 첫째는 잔뜩 흥분하여 '나폴리 마피아가 흑백요리사에서 선보인 밤티라미수인데... 와~ 이거 맛보고 싶었는데... 이게 편의점에 출시했을 줄이야... 이거 사면 안돼요? 네네?' 쫑알쫑알 댔다. 그래 한번 맛보자며 들고 나왔는데, 한 컵으로 네 식구가 정신없이 나눠 먹었다. 그리고 산책 후 돌아오는 길에 또 하나를 사서 집으로 왔다. 검색해 보..
2024. 11. 4. -
자전거 가르치기
[31글] 지금은 초등학교 졸업반이 된 첫째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가을 즈음,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쳤다. 나도 8살에 아버지로부터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기에 내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두 발 자전거 타기를 처음 시도한 날, 첫째는 싱거우리만치 30분 만에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는 신세계를 경험하듯 여기저기 신나게 누비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네 발 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떼고 배운 자전거라 얼마 안 가 제대로 된 새 자전거를 사주고, 보조 바퀴를 다시 달아 동생에게 물려줬다. 둘째는 보조 바퀴를 늦게까지 달고 탔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마른 체형의 둘째는 초등학교 1학년까지도 네 발 자전거 타기를 버거워했다. 다리에 힘이 안..
2024. 11. 3. -
맞춤법에 진심인 편
[30글] 글을 쓸 때 맞춤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대단한 글을 쓰는 게 아니더라도 글은 쓰는 이의 생각과 스스로를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첫인상 같은 느낌이랄까. 일전에 '이 사람, 이 분야에서는 전문가야'라고 소개받으며 받아본 글에 오탈자가 여럿 눈에 띄는 경우가 있었다. 신뢰도가 확 떨어졌다. 실수가 아닌 습관적인 오탈자들을 눈에 밟혀, 그 전문가의 수준을 대충이라도 짐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남에게 보이는 글을 쓸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가 학교에서 빌려온 맞춤법과 관련된 책을 함께 읽으며 문제 내기를 했다. 내심 자신 있던 나였지만 '어른도 헷갈리는 맞춤법' 파트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문제의 20%는 틀린 것 같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평생 이 ..
2024. 11. 3. -
궁금한 건 못참아
[29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다. 모든 분야에서 그러는 건 아니고 전자기기 쪽에서 유난히 그런 기질이 드러난다. 좋아하고 관심 있는 브랜드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출시 전부터 몸이 근질근질하다. 마우스나 키보드도 쥐어보고, 두드려봐야 직성이 풀리고, 휴대폰도 들어보고 눌러봐야 해소된다. 헤드폰, 이어폰도 그렇다. 얼마 전 애플에서 에어팟4 ANC 모델이 출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시하는 날 아침, 코스트코로 바로 달려가 덜컥 구매부터 했다. 이어폰의 경우, 인이어는 귀가 답답하고 가려워 오픈형 이어폰을 선호하는데, 오픈형은 귓구멍이 큰 관계로 입만 크게 벌려도 턱관절 움직임에 이어폰이 툭 빠져버린다. 사전에 구매한 많은 유튜버의 리뷰 콘텐츠를 봤지만 귓구멍이 큰 유튜버는 없는지 모두 잘 맞는다 ..
2024.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