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4.
[34글]
얼마 전 첫째의 이름을 개명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물론 고민의 기간이 있었지만 빠르게 결정하고 진행을 할 수 있었던 건 내 이름을 개명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역시 두 번 째는 쉽다. 내 예전 이름은 할아버지가 지어주셨지만 특별한 사연이나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놀림을 많이 받는 이름이었다. 바꾼 지 어느덧 5년이 흘렀으니... 이번 글은 내 개명에 대한 회고록 정도가 되겠다.
초등학교 시절, 정확히 2학년 담임 선생님의 '놀림' 덕에 내 이름이 놀림거리가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께서 동네 복덕방에서 대충(?) 지어오셨다는 그 이름으로 한평생을 살기에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버거운 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흔한 이름은 아녔기에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기 쉬운 이름이었다는 건 그나마 좋은 점이었다. 문제는 어디에 가서 내 이름을 직접 말해줄 때 매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고, 잘못 알아듣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줘야 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던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40년 그 이름을 써왔다.
개명을 하기로 결심을 한 건 어떤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두 아이가 크는 걸 보면서 좀 더 자신감 있는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특별히 쓰고 싶은 이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발음하기 좋고, 검색으로 동명의 범죄자 같은 나쁜 이름만 아니면 되니 작명소에서 받은 괜찮은 이름으로 받아 개명을 진행했고 2달여 만에 허가가 떨어졌다.
개명 이후 무언가 바뀐 게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간혹 매체에서 '일이 잘 안 풀려서 개명을 했어요. 하고 났더니 일이 막 술술 풀려요' 같은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보이긴 하는데, 그건 좀 과장인 듯싶고 특별히 바뀐 것은 없으나 어디에서 이름을 불러줄 때 부담 없이, 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그나마 바뀐 부분이랄까. 아니,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 어떤 이유에서든 개명을 할까 고민을 한다면, 난 그 선택을 존중하고 싶다. 무언가 변화를 주고 싶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고민일 테니까 말이다. 우리 아이의 이름을 바꿔준 것도 그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