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가르치기

2024. 11. 3.

[31글]
 
지금은 초등학교 졸업반이 된 첫째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가을 즈음,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쳤다. 나도 8살에 아버지로부터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기에 내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두 발 자전거 타기를 처음 시도한 날, 첫째는 싱거우리만치 30분 만에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는 신세계를 경험하듯 여기저기 신나게 누비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네 발 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떼고 배운 자전거라 얼마 안 가 제대로 된 새 자전거를 사주고, 보조 바퀴를 다시 달아 동생에게 물려줬다.
 
 

 
둘째는 보조 바퀴를 늦게까지 달고 탔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마른 체형의 둘째는 초등학교 1학년까지도 네 발 자전거 타기를 버거워했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가족이 함께 나간 자전거 산책에서 혼자 뒤처지다 눈물을 보이곤 했으니까. 또래 아이들은 두 발 자전거를 무서우리만치 밟으며 쌩쌩 달리는데 아직 네 발이라니, 제대로 두 발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기로 마음 먹었다.
 
둘째는 두 발 자전거를 가르치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렸다. 자전거 타는 요령을 터득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자존심까지 무척 강해, 배우는 동안 마음대로 안되면 집에 들어와서 울고를 반복했다. 그래서 배우기 시작한 지 이튼 날, 자전거 페달을 떼어버리고 발로 구르면서 중심 잡기를 가르치고, 그렇게 며칠을 하고 제법 중심을 잘 잡길래 페달을 다시 달아주니 이제 혼자 살살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자전거가 너무 재밌어요!'라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쌩쌩 돌아다니던 둘째의 환한 표정이 떠오른다.
 
오늘 둘째가 누나의 자전거를 물려받아 처음 타는 걸 지켜봤다. 제 몸에 비해 큰 자전거도 잘 다루는 걸 보니 뿌듯했다. 이렇게 두 아이에게 자전거 가르치기는 그렇게 한 장의 추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