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투성이의 삶이지만 글쓰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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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나들이
[7글] 국군의 날 휴일이다. 엄마는 첫째와 이모를 만나러 가고, 나는 둘째와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처음에는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하다가 아빠랑 회사를 가자는 제안에 금방 변심해서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 건물이 무슨 건축상을 받았는데, 건축가가 꿈인 둘째에게 이런 제안이 솔깃했나 보다. 아빠와의 휴일은 출근반, 나들이반이 됐다. 둘째가 사무실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동안 어제 못 끝낸 업무를 후다닥 마무리했다. 회사 근처 햄버거 가게에서 점심을 먹으며 회사 건물은 어땠냐 물어보니 바깥보다 사무실 공간이 재미있었단다. 학교 교무실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그리고는 사무실에 들어와 집에서 챙겨 온 닌텐도 스위치를 신나게 즐기는 중이다. 그렇게 난 오..
2024. 10. 1. -
바보 가을
[6글] 올해 여름은 너무나 길었다. 계절이 지나는 것을 체감하는 모먼트가 있는데, 추석 때마다 장인어른 댁이 있는 서산에 가면 주변 논에서 가을걷이가 슬슬 시작되는 게 한눈에 보인다. 저녁때가 되면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 딱 좋은 날씨다'라며 삼겹살을 사러 나기도 한다. 나름 가을임을 느끼는 순간이다. 비로소 가을이 왔구나, 금방 또 추워지겠다... 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데, 달력의 날짜만 가을이지 이번 추석은 정말이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역대급 날씨였다. 여름이 길었다기보다 가을이 여름 탈을 뒤집어 쓴 느낌에 가깝다. 추석이 끝난 주말에 이틀 비가 오더니 가을이 제정신을 차렸는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추워졌다. 덕분에 온 가족이 환절기 감기에 걸렸지만 제대로 된 가을이 온 것..
2024. 9. 28. -
광고회사의 지옥
[5글] 어제 광고주에게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그동안 준비하던 제안 리뷰를 하자고. 도무지 몇 차 제안까지 보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 제안의 리뷰를 또 하자는 것이다. '내일 아침 10시 30분 괜찮으실까요?'라는 물음에 아... 오늘은 집에 못 가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그동안 준비한 게 있어서 팀원들과 새벽 2시 언저리에는 정리하고 집에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이번 제안 리뷰가 마지막이 될 것이냐는 답답함이었다. 당초 제안의 시작은 5월이었다. 광고주 브리핑으로 시작해 제안서를 만들고, 리뷰하고, 수정하고, 또 다시 리뷰하고...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예산을 요청하고. 그렇게 9월 막바지가 되었다. 광고회사에서 경험하는 지옥은 이런 것이다. 다른 걸 할 수 없게 묶어두..
2024. 9. 27. -
새 운동화
[4글] 올해 유난히 길었던 늦더위가 가실 즈음부터 매일 저녁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며칠 전, 딱딱한 운동화를 신고 빠르게 걷다가 발등에 통증이 온 뒤로 걷기 용도의 운동화를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즘 러닝에 푹 빠져 있는 회사 후배가 이런저런 러닝화를 추천해 줘서 백화점에 갔더니 사이즈 품절이란다. 추천받은 신발은 예뻤지만 '3~21km를 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러닝화'이라고 적혀 있어약간 부담스럽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대신 편하게 걷는 용도의 워킹화를 샀다. 사이즈가 없어 택배로 주문한 새 신발이 집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점심 때쯤 왔다. '오늘은 일찍 가서 좀 걸어야겠다' 마음 먹던 찰나, 광고주가 내일 아침 보고가 갑자기 잡혔으니 제안서를 수정해서 가져오라는 연락이 왔다. 일을 마치..
2024. 9. 26. -
하루 글쓰기
[3글] '글쓰기'는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스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블로그에 글을 썼었고 그 덕에 지금까지도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 정작 취미가 일이 되면서 나의 글쓰기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개점휴업(?) 상태의 블로그 하나를 뚝딱 고쳐서 '매일 글쓰기' 용도의 작심용 블로그로 개조해 오픈했다. 두 아이에게도 글쓰기를 습관처럼 만들어주고 싶어 어떻게 글을 쓰게 할까 고심하다가 1년 전부터 '아빠에게 이메일 쓰기'를 매일 과제로 주었다. 그래서 오후 8시가 되면 어김없이 두 아이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한다. 첫째는 그 덕인지 오늘 있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를 선택해 기승전결을 갖춰 제법 잘 써온다. 둘째는 성격상 오늘 하루의 일상이나 관심사를 요약 정리해 보내오는데 ..
2024. 9. 25. -
혼자서도 잘먹해요
[2글] 중견 광고회사에 입사한 지 꼭 1년이 되어간다. 부서장이지만 완전한 실무형 부서장(?)이라 내 나이쯤 돼서 열심히들 다니는 골프연습장은 고사하고 매일 광고주 상대하느라 시간이 없다. 점심은 건너뛰기 일쑤, 야근 밥까지 꼬박 챙겨 먹어야 오늘 할 일이 얼추 마무리가 된다. 그렇게 꼭 1년이 되어간다. 이곳에서 배운 스킬이 하나 있다. '혼자 밥 먹기'. 내 커리어를 반추해 보면 안 먹으면 안 먹었지 혼자 밥을 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는 저녁때가 되면 '어디 보자 오늘은 뭘 먹을까나' 읊조린다. 각자도생 MZ의 천국에서 같이 밥을 먹자는 제안이나 식사는 하셨냐는 질문 따위도 들어본 지 오래다. 그렇다고 그다지 서운하지도 않다. 오늘은 사무실 근처 곰탕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이제..
2024. 9. 24. -
삼춘기 어디쯤
[1글] 둘째 녀석의 짜증 섞인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오전 7시 50분 즈음. 이제 10살 밖에 되지 않은 녀석이지만 워낙에 자기 시간관리에 철저한 터라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할 계획을 세워두었는데, 7시에 맞춰둔 알람소리를 미쳐 못 듣고 8시가 다 되어 깼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째는 짜증반, 울음반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중이다. 서둘러 침대를 정리하고, 옷까지 챙겨 입고 수학 문제를 푼다.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국민학교 3학년일 때는 그냥 먹고 쌀 줄만 알았던 것 같은데... 애 엄마가 좋은 아침 루틴을 만들어 준 덕분이다. 그래서 우리 집 아침은 각자 방에서 뭔가에 몰두하는 첫째와 둘째 덕에 고요하다. 요즘 둘째는 조금만 계획에 어긋나도 짜증을 부리기 일수다. 삼춘기 어디쯤인 것 같다. 오..
2024.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