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의 지옥
2024. 9. 27.
[5글]
어제 광고주에게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그동안 준비하던 제안 리뷰를 하자고. 도무지 몇 차 제안까지 보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 제안의 리뷰를 또 하자는 것이다. '내일 아침 10시 30분 괜찮으실까요?'라는 물음에 아... 오늘은 집에 못 가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그동안 준비한 게 있어서 팀원들과 새벽 2시 언저리에는 정리하고 집에 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이번 제안 리뷰가 마지막이 될 것이냐는 답답함이었다.
당초 제안의 시작은 5월이었다. 광고주 브리핑으로 시작해 제안서를 만들고, 리뷰하고, 수정하고, 또 다시 리뷰하고...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예산을 요청하고. 그렇게 9월 막바지가 되었다. 광고회사에서 경험하는 지옥은 이런 것이다. 다른 걸 할 수 없게 묶어두는 늪지대 또는 올가미. 이런 요청과 피드백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 땀, 식대와 교통비는 여기저기에 고스란히 축적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리뷰에서 마침내 진행이 결정되었다. 4개월의 여정 끝에 마지막이 된 제안 리뷰. 소식을 들은 팀원들의 표정도 밝다. 드디어 해냈다는 표정보다도, 이제는 뭐라도 하게 되서 다행이다라는 표정이지만 밝다.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