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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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와 반목
[12글] 원래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었다. 다음 편이 나올 때까지 전전긍긍 기다리는 게 싫어서. 그런데 OTT의 선풍적인 인기 때문인지 호흡은 길지만 잘 만든 드라마들이 속속 나오면서 괜찮은 작품들을 골라보게 되었다. 최근 시청한 드라마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다. 무용한 것을 좋아하는 김희성.. 아니 변요한 배우를 좋아하기도 해서 그가 출연하는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는데 이번 드라마도 사실 그 때문에 시작하게 연유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비해 연출의 빈틈들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내용 상으로는 더없이 훌륭했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질투와 반목'이라는 키워드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짙게 드러나며, 각자의 이기(利己)로 점철된 인간 군상들이 어디까지 비열..
2024. 10. 7. -
커피 머신
[11글] 매일 아침 루틴이 있다. 일어나자마자 모자를 눌러쓰고 8시 정각에 오픈하는 집 앞 메가커피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사 온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홀짝거리다 출근할 때 텀블러에 옮겨 담아 나오면 운전해서 회사에 도착하기 전까지 딱 적당히 다 마실 수 있다. 회사에 도착해 사내 카페에서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사서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한다. 이게 나의 평일 아침 루틴이다. 며칠 전, 이렇게 한 달 동안 마시는 사서 커피 값이 적지 않음을 깨닫고 커피 머신을 들이는 것을 고민했다. 원두만 넣으면 내려주는 머신을 살까, 예전에 쓰던 구형 네스프레소를 꺼내서 쓸까 하다가 와이프가 어디선가 체험을 하고 만족스러웠다던 네스프레소 버추오를 사 보기로 했다. 마음먹은 김에 네스프레소 매장이 있는 ..
2024. 10. 4. -
강원도 철원
[10글] 한동안 일 때문에 쉬는 날을 쉬는 날 답지 않게 보내다가 이번 개천절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곳이라도 나들이를 가자고 마음먹었다. 와이프가 한탄강에 가보잔다. 찾아보니 철원이 의정부에서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철원은 처음이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일단 '드르니 마을'로 가기로 했다. 느지막한 아침, 서둘러서 철원으로 출발했다. 오늘이 휴일이고, 여기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라는 걸 모른 체 출발한 바람에 엄청난 교통체증을 감당해야 했다. 점심시간 즈음 도착해 올려다본 하늘은 정말이지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들어주는 완벽한 가을하늘이다. 이런 하늘이라면 교통체증 따위는 얼마든 감당할만한 하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오..
2024. 10. 4. -
폐자전거
[9글] 아파트 엘리베이터 공지문에 '폐자전거 매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파트에 입주한 지 10년 정도 되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 수거다. 통행이 어려울 만큼 통행로와 자전거 주차구역에 자전거가 꽉 차면 이렇게 작정하고 수거하는 모양이다. 폐자전거 상태를 보면 거의 버려지다시피 해서 녹과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다. 이 자전거들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준 자전거였을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할머니의 선물이었을 수도, 새 직장의 출퇴근용 자전거였을 수도, 온 가족 라이딩을 함께 했던 자전거였을 수도 있다. 나름의 추억들이 담겨 있을 자전거가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고물이 되어 곧 폐기처분 당할 처지가 되었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공지를 못 봤을 수도 있으니 폐기되기 전에 찾아가라는 마..
2024. 10. 2. -
두통
[8글] 아침부터 시작된 두통에 하루종일 시달렸다. 오전에 보고미팅이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신경을 썼는지 회의가 끝나고 난 후 간단하게 점심을 한 이후부터 계속 머리가 아팠다. 보통 식체를 하면 두통이 와서 내려가면 괜찮으려니 했다. 되려 두통이 심해져 도무지 업무를 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되자 오후 6시가 넘어 칼같이 퇴근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한테 꽤 잘 듣는 두통약 두 알을 얼른 삼켰다. 경험 상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두통이 멎는다. 체해서 온 두통일 경우에는 두통이 계속되는데, 약을 먹고 1시간쯤 지나자 묵지근한 두통이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체한 건 아니구나... 진통제 두 알이면 해결될 것을 하루종일 버텼다니 좀 한심했다. 두통이 사라지자 급 찾아오는 허기. 따끈한 라면 한 사발..
2024. 10. 1. -
휴일 나들이
[7글] 국군의 날 휴일이다. 엄마는 첫째와 이모를 만나러 가고, 나는 둘째와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처음에는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하다가 아빠랑 회사를 가자는 제안에 금방 변심해서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 건물이 무슨 건축상을 받았는데, 건축가가 꿈인 둘째에게 이런 제안이 솔깃했나 보다. 아빠와의 휴일은 출근반, 나들이반이 됐다. 둘째가 사무실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동안 어제 못 끝낸 업무를 후다닥 마무리했다. 회사 근처 햄버거 가게에서 점심을 먹으며 회사 건물은 어땠냐 물어보니 바깥보다 사무실 공간이 재미있었단다. 학교 교무실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그리고는 사무실에 들어와 집에서 챙겨 온 닌텐도 스위치를 신나게 즐기는 중이다. 그렇게 난 오..
2024.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