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자전거

2024. 10. 2.

[9글]

 

아파트 엘리베이터 공지문에 '폐자전거 매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아파트에 입주한 지 10년 정도 되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 수거다. 통행이 어려울 만큼 통행로와 자전거 주차구역에 자전거가 꽉 차면 이렇게 작정하고 수거하는 모양이다. 폐자전거 상태를 보면 거의 버려지다시피 해서 녹과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다.

 

 

 

이 자전거들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준 자전거였을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할머니의 선물이었을 수도, 새 직장의 출퇴근용 자전거였을 수도, 온 가족 라이딩을 함께 했던 자전거였을 수도 있다. 나름의 추억들이 담겨 있을 자전거가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고물이 되어 곧 폐기처분 당할 처지가 되었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공지를 못 봤을 수도 있으니 폐기되기 전에 찾아가라는 마지막 공지에 자기 자전거를 찾아가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운 좋은 자전거 한 대라도 다시 주인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