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이 왔다

2026. 4. 27.

[70글] 

 

실은 몇 해 전부터 눈앞의 글씨가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카메라 조리개가 고장 난 것처럼 눈앞 초점이 잘 안 맞는 느낌이다. 생애 전환기라는 마흔이 넘어갈 때 안과에서 종합검진을 받았은 적이 있는데, 녹내장의 위험이 있다는 엄포를 받았음에도 아직 노안은 아니니 안구건조 치료만 잘 받으면 나아진다길래 안약 처방만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어제 딸내미 안경이 고장나 안경점에 고치러 갔다가 비치된 돋보기안경을 써보고 충격을 받았다. 눈앞 글씨가 이렇게나 잘 보일 줄이야. 안경사와 상담을 받고 검사를 하니 노안이 맞단다. '그 나이 때보다는 늦게 오셨네요'라는 위로 아닌 위로도 받았다. 

 

안경테를 고르고 모니터와 가까운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도수로, 소위 '오피스 안경'을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쌓아둔 책을 몇 권 집어 들고 한참을 읽었다. 그동안 책이 손에 안 잡힌 게 어쩌면 노안 때문이었겠구나 싶기도 했다.

 

 

 

나이가 들고 몸이 늙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지만, 이렇게 안경까지 쓰게 되니 뭔가 씁쓸한 기분이다.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던 중학생 딸내미는 "아빠, 할아버지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