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수가 김부장에게

2025. 12. 1.

[68글]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겨우 끝났다. 난 아직 40대고, 서울에 자가도 없고, 대기업을 다녀본 적도 없는 김부장이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절절하게 슬펐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 혹은 몇 살 많은 선배들은 이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했다가 보기를 관둔다고 했다. PTSD가 생길 것 같은 내용이라서. 그들도 드라마 속의 김부장처럼 애써 인정하기 싫어 꽁꽁 숨겨놓고 사는 가장의 마음이 신랄하게 파헤쳐지는 기분 때문이지 않았을까. 이 드라마는 정확히 그런 내 마음을 마주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나와는 조금 다른 환경이지만 감정이 이입되어 보는 내내 불편했고 절절하게 슬펐다.

 

뜨거운 안녕을 하는 김부장과 김낙수 <출처: 서울자가에대기업다니는김부장이야기, JTBC>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 즈음, 주인공 김낙수가 '알량한 자존심'을 끝내 떨쳐내지 못한 미련했던 김부장을 마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털어낸 후 “수고 많았어 김부장”, “잘 지내 김낙수”... 나와 내가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가벼워졌어“라서 미소로 화답하는 장면에서 가슴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울컥거림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때가 오면 저 낙수형처럼 나에게 뜨거운 안녕을 해줄 수 있을까.

머지 않은 시간에 나도 나를 마주하겠지, 나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치열하게 살아온 걸까, 나는 세상에 무엇을 남겼나... 수많은 가정과 반문이 머릿 속을 오가는 밤이다. 지금도 잠 못드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김낙수의 해피엔딩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