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8.
[40글]
기대가 컸나 보다. 사람들 앞에 서자마자 그는 냅다 사과부터 했다.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는 그를 보면서, 저치는 자기 잘못이 뭔지도, 자기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약이 올랐다. 그냥 등 떠밀려서, 요즘 말들이 많으니 그래도 내가 나서야지 했던 걸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곱씹게 하는 순간이다.
지금은 밈이 되어버린 어느 남녀의 대화,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다 미안해, 오빠는 그게 문제야'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듣기만 해도 어질어질한 현문우답의 현실. 아이들도 친구에게 사과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엄빠에게 묻고 상의하고, 시의적절한 타이밍을 골라 사과를 하는 마당에, 좀 배웠다는 어른이 돼서 저런 낯 부끄러운 사과를 해야만 했을까? 아이들 보기에도 민망하다.
사람과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심 어린 사과'와 '습관적인 감사',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을 대하는 내 업에서는 사과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면 의외로 많은 일들이 해결되는 걸 볼 수 있다. 업뿐이랴, 아마도 세상 사람들이 사과만 제대로 할 줄 안다면 아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유토피아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에 정무적인 해석이 난무한다. 이렇게 험난하게 빙빙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답답들하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