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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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67글] 해가 많이 짧아졌다. 어제 오후 5시 깨나 되었을까, 하늘이 노랗게 노을 지기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질척거리던 올해 여름이 뉘엿 넘어가는 느낌이다. 여전히 에어컨이 없이는 견디기 힘든 날씨이긴 하지만. 어제는 간만에 그리 바쁜 일정이 없어 점심도 회사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가서 먹고, 이런 날이 흔하지 않기에 일찍 퇴근하리라 마음먹었는데 불현듯 집 에어컨이 고장 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시원한 사무실에서 잔업을 좀 하고 갈지 빨리 집에 가서 시원하게 샤워를 할지 고민하던 중, 아내의 "집 더우니까 사무실에 있다와"라는 카톡 메시지. 남아있던 팀원과 함께 야근 식대를 쓰고 잔업을 좀 보다가 시계를 보니 10시다. 이제 집으로. 오늘도 에어컨 수리 신청을 못했다. 왠지 수리를 하고 나면 가을이..
2025. 8. 20. -
바보 가을
[6글] 올해 여름은 너무나 길었다. 계절이 지나는 것을 체감하는 모먼트가 있는데, 추석 때마다 장인어른 댁이 있는 서산에 가면 주변 논에서 가을걷이가 슬슬 시작되는 게 한눈에 보인다. 저녁때가 되면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 딱 좋은 날씨다'라며 삼겹살을 사러 나기도 한다. 나름 가을임을 느끼는 순간이다. 비로소 가을이 왔구나, 금방 또 추워지겠다... 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데, 달력의 날짜만 가을이지 이번 추석은 정말이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역대급 날씨였다. 여름이 길었다기보다 가을이 여름 탈을 뒤집어 쓴 느낌에 가깝다. 추석이 끝난 주말에 이틀 비가 오더니 가을이 제정신을 차렸는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추워졌다. 덕분에 온 가족이 환절기 감기에 걸렸지만 제대로 된 가을이 온 것..
2024.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