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가을
2024. 9. 28.
[6글]
올해 여름은 너무나 길었다. 계절이 지나는 것을 체감하는 모먼트가 있는데, 추석 때마다 장인어른 댁이 있는 서산에 가면 주변 논에서 가을걷이가 슬슬 시작되는 게 한눈에 보인다. 저녁때가 되면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기 딱 좋은 날씨다'라며 삼겹살을 사러 나기도 한다. 나름 가을임을 느끼는 순간이다. 비로소 가을이 왔구나, 금방 또 추워지겠다... 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데, 달력의 날짜만 가을이지 이번 추석은 정말이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역대급 날씨였다.
여름이 길었다기보다 가을이 여름 탈을 뒤집어 쓴 느낌에 가깝다. 추석이 끝난 주말에 이틀 비가 오더니 가을이 제정신을 차렸는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추워졌다. 덕분에 온 가족이 환절기 감기에 걸렸지만 제대로 된 가을이 온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이번에는 눈치 없는 겨울이 유난히 빨리 찾아올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