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주운 말

2024. 11. 11.

[43글]

 

간혹 우연찮게 가슴을 울리는 말이나 문장을 보게 될 때가 있다. 시쳇말로 '뼈 때리는 글'은 오래도록 강렬하게 남아 내 생각, 행동, 신념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오늘 출근을 하니 책상 위에 빼빼로가 한통 놓여있다. 팀원 중 하나가 두고 간 듯한데, 달력을 보니 다음 주 월요일이 빼빼로데이다. 아침을 잘 챙겨 먹지 않지만 오늘은 특별히 따뜻한 커피와 빼빼로를 함께 먹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오늘 아침도 든든하게 시작한다.

 

 

 

빈 박스를 버리려다 보니 박스에 '어떻게 맨날 잘해요'라고 쓰여있다. '힘내', '파이팅', '넌 할 수 있어' 등의 더 많은 요구를 함의한 뻔한 응원의 메시지가 아니다. 그저 한 문장의 메시지일 뿐인데,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다. '그럴 수도 있지', '너 할 만큼 했어', '쉬어가도 좋아' 같은 위로의 메시지는 요즘 빼빼로를 주고받을 나이의 친구들에게 참 의미 있는 말이겠다 싶었다.

 

박스를 버리지 않고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었다. 종일 '어떻게 맨날 잘해요'라는 메시지가 맴돌았다. 이렇게 '살면서 주운 말' 덕분에 하루에 의미가 더해지기도 한다.

 

오늘은 직장 상사가 잔소리를 하길래, '어떻게 맨날 잘해요!'라고 했다가 본전도 못 찾았지만, 뭐 이런 날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어떻게 맨날 좋은 소리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