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울시티 강릉
2024. 10. 10.
[15글]
1년에 한 번, 꼭 강릉에 방문한다. 강원도와의 인연은 군생활을 했던 속초에서 시작했다. 속초에는 서울에서 양양까지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부터 최근까지 숱하게 방문했지만 이상하게도 방문자 이상의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무 연고도 없는 강릉은 편안한 우리 동네 느낌이라 좋다. 올해는 이직 후 바쁜 통에 아직 여름휴가도, 강릉도 가지 못하다가 지난 추석 마지막 날이 돼서야 이래서는 안 되겠다며 강릉 안목해변으로 내달렸다.
이제 함께 여행 다니는 걸 조금 귀찮아하게 된 초등학교 고학년 녀석들이 아직은 바다에 발 담그는 걸 좋아해서 군말 없이 아빠가 가자는 강릉으로 잘 따라와 줬다. 고작 하루 반나절의 빠듯한 일정을 번개같이 계획하고, 서둘러 당도한 강릉의 안목해변은 여전히 푸근한 고향 같은 느낌을 준다. 강릉은 나의 쏘울시티(Soul city)라고 이름 붙일만하다.
언젠가 돈 많이 벌면 강릉에 세컨 하우스를 계획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은퇴 후에나 가능할 것 같지만, 훗날 강릉에서 커피를 즐기며 유유자적한 삶을 누리는 그림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