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와 반목
2024. 10. 7.
[12글]
원래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었다. 다음 편이 나올 때까지 전전긍긍 기다리는 게 싫어서. 그런데 OTT의 선풍적인 인기 때문인지 호흡은 길지만 잘 만든 드라마들이 속속 나오면서 괜찮은 작품들을 골라보게 되었다. 최근 시청한 드라마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다. 무용한 것을 좋아하는 김희성.. 아니 변요한 배우를 좋아하기도 해서 그가 출연하는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는데 이번 드라마도 사실 그 때문에 시작하게 연유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비해 연출의 빈틈들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내용 상으로는 더없이 훌륭했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질투와 반목'이라는 키워드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짙게 드러나며, 각자의 이기(利己)로 점철된 인간 군상들이 어디까지 비열해질 수 있는지 처절하게, 극단적으로 잘 표현한 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다.
드라마가 끝난 후, 요 며칠간 내 주변을 천천히 돌아봤다. 아파트 게시판에 붙어있는 게시글, 회사에서 운영하는 익명 게시판, 단체 카톡방 같은 작은 사회에서도 이런 몰상식, 모욕, 빈정거림, 편 가르기, 질투와 반목들이 횡행한다. 다 큰 어른들이 벌이는 짓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들 보기에 너무 부끄럽다.
대단한 명제의 삶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것을 따라가야 미덕이며 이타(利他)적인 사회가 되는 것일까. 그저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가는 것이 유토피아인 세상인 게 씁쓸하다 못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