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찔이

2024. 11. 13.

[45글]

 

어제는 야근식대로 씹을 거리를 사려고 편의점에 들렀다. 평소에 잘 사지 않는 과자를 몇 개 주워 담아 계산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보니 과자 봉지에 고추가 그려져 있다. 심지어 태국산이다. '아, 이건 내가 못 먹는 거구나, 와이프 가져다줘야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얼마나 매워요?'라고 물으면 보통 '신라면 정도예요, 신라면 보다 조금 매워요' 정도로 답하는 걸 보니 이게 기준인 듯하다. 나는 딱 신라면 정도가 딱 한계다. 먹을 때 고통스럽고 힘들다. 아,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배탈 후폭풍이 2~3일을 가다 보니 매운 음식은 가급적 피한다.

 

 

 

예전에 집에 놀러 온 처제와 간장 반, 고추장 반 찜닭을 시켜 먹는데, 내가 매운 쪽에 손을 안대니 처제가 '형부 맵찔이구나?'라고 해서 '맵찔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나 회사에서도 매운 거 못 먹는 사람으로 다들 알고 있는데, 맵찔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했더니, '회사에서 부하직원들이 형부한테 어떻게 맵찔이라고 하겠어요, 저니까 하는 거죠 ㅋ'... 그렇게 난 회사에서도 암암리에 공식 맵찔이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매운 거 못 먹는 찌질이.

 

늦은 퇴근 후 집에 도착했더니 아내가 저녁에 족발을 시켜 먹었는데 좀 남은 게 있다면서 '매운 족발도 시켰는데 좀 줄까? 안 먹지?' 그런다. 그래... 나 맵찔이야... 매운 거 못 먹어. 왜 다들 매운 걸 잘 먹는 거야. 아니, 매운 걸 왜 먹는 거야? 

 

ps. 저 과자는 별로 안 맵다고 한다. 우리 집 꼬맹이도 먹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