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5.
[47글]
바야흐로 제안 시즌이 다가왔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광고대행사는 내년 한 해 먹고 살 농사를 시작하는데, 11월과 12월은 오롯이 제안을 준비하고 발표하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 보통 12월까지 계약이 된 광고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무는 실무대로, 시간을 쪼개 제안까지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예상대로 11월이 되자 제안요청서(a.k.a. RFP)가 쏟아진다. 올해에 이어 계약을 연장하는 '방어 PT'는 물론, 우리 회사와 잘 어울리고, 좋은 레퍼런스가 되며, 수익성까지 괜찮은 '신규 광고주 영입'을 위한 과업을 고른다.
본부에서 진행하기로 한 6개의 제안 건 중, 우리 팀에서는 2개의 제안에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해 처음 수주한 프로젝트의 방어 PT 건과 지난 해 다른 회사에 빼앗겼던 프로젝트를 되찾아 오는 PT다.
방어 PT의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광고주와 계속해서 소통하며 광고주 내부의 변화와 새로운 방향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어려운 점은 이미 광고주 내부를 너무 잘 이해하기 때문에 제약이 많은 PT를 준비하게 될 것이고, 그런 제약 사항들을 모르는 다른 대행사의 상상력 풍부한 PT에 맞서게 될 게 뻔하다. 그래서 광고주 내부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많이 들어두는 것이 좋다.
반면 되찾아 오는 PT는 상대적으로 편하다. 우리 손을 떠나 있는 동안 어떻게 운영이 되었고,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파악한 후 '거봐, 우리랑 할 때가 좋았지?'를 PT에서 제대로 심어주면 승률이 매우 높아진다.
대행사에서 일한 지 십수 년, 이제 인이 박힐 만 하지만 아직도 쉽지 않다. 자, 올해 농사는 또 어떻게 끝날까. 풍작일까, 흉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