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4.
[73글]
회사를 정리하고 난 직후, 지난 금·토·일 3일을 쉼 없이 놀았다. 대단한 뭔가를 한 건 아니었다. 꼬맹이들과 만화책 가득한 도서관에 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고, 배드민턴 수행평가를 앞둔 딸내미와 실내 배드민턴장을 예약해 팔이 후들거릴 때까지 채를 휘둘렀다. 맥도날드 시즌 햄버거(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였나?)도 야무지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동안 미뤄왔던 딸내미와의 캐치볼까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아빠 노릇'을 한 며칠이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퇴사 소식을 간간히 알렸다. 지난 3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잘 아는 이들은 그동안 수고했다며 이제는 좀 쉬라고 당부했다. 돌이켜보면 과거에 잠시 타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집에서 일하며 숨 돌렸던 몇 달을 빼면, 지난 십수 년을 오롯이 회사만 다녔다. 그래서인지 이런 휴식이 정말 오랜만이고 모처럼의 여유가 좋으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정해두지 않은 채 회사를 나온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느끼는 불안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 채 가슴속에 꽁꽁 싸매두고 있다. 지인들의 "쉬라"는 당부에 '속도 모르는 소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저 감사의 말만 전할 뿐이다.
완전한 은퇴 시기라면 '인생의 2막'을 준비한다고 할 테지만, 이제 막 중학생·초등학생을 키우는 가장에게 2막의 삶은 아직 이르다. 사업을 구상하며 AI와 한참 씨름을 하다가도, 문득 다시 취업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앞으로 들어올 두 번의 월급과 퇴직금으로 대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손가락을 꼽아보게 되는 불안함. 그래도 오늘 아침은 참 화창하고 여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