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6.
[23글]
회사 건물에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걸려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있는 광고업은 기획력과 창작력을 요하는 업이지만, 프로젝트의 수만큼이나 투입하는 인력도 매우 중요하다. 하고 싶어도 진행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서, 경험자가 없어서 드롭되는 프로젝트도 있다. 제안을 할 때 회사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지를 인력 보유 규모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정현종 시인의 시는 광고회사 현판에 걸려있기에 가장 적합한 문구가 아닐까 싶다.
이쪽 업계는 퇴사와 입사가 잦은 곳이다. 이쪽 업계에서 몇 회사를 다녀본 경험 상 업무량이 많아서, 잦은 야근 때문에, 광고주의 지나친 갑질 등 업의 특성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지만 회사 내부적인 요인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업무량을 주고 성과지표로 삼는다거나 일감을 특정 팀과 직원에게 몰아주는, 괴롭힘 느낌의 것도 있다. 직원끼리 서로 이간질을 하는 소위 '분탕질'을 하는 직원도 있었고, 그로 인해 줄퇴사를 경험했던 적도 있다. 그런 다양한 이유로 퇴사를 하면 그 인력 손실만큼 다시 채워 넣는 지난한 채용 과정을 또 거쳐야 한다.
회사 앞에 걸려있는 저 '방문객'이란 시가 그저 희망사항인지, 그 방향성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회사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말 누군가의 일생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을까, 그 어마어마한 누군가의 일생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는가.
예전에 두산의 캠페인 광고가 불현듯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