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은 딸내미

2024. 11. 22.

[54글]

 

11월 11일 빼빼로데이를 하루 앞둔 주말, 딸내미와 동네 산책을 했다. 아침부터 복작거리며 한참이나 초콜릿을 만들고 학교 반 친구의 수만큼 준비를 마쳤다고 하길래, '우리 산책이나 할까?' 물으니 얼른 쪼르르 따라 나왔다. 얼마 간 걸었을까, 아이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일전에 자기에게 상처를 준 미운 친구에게 초콜릿을 주고 싶지가 않은데 아빠 같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딸내미와 함께 거닐던, 그 어느 때보다 파아란 하늘

 

3가지의 옵션을 주었다. 싫어도 차별하지 않고 주기, 주지 않기, 서운했던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주기.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도 삶을 대하는 연습이라고 말해줬다. '아빠, 아빠 말대로 이건 제가 고민하고 결정할 문제네요. 고맙습니다.'라며 오늘 하루동안 고민하고 결정해서 결과는 내일 말해주겠다고 했다.

 

평소에 야근 때문에 잘 못 보는 아빠와 함께 있을 때는 그동안 마치 모아둔 듯한 고민을 툭 털어놓는 딸내미. 어떤 답을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지만 기특하다. 내년에 중학생이 되면 이제 아빠보다는 친구들에게 더 많은 고민을 터놓고, 드라마처럼 '아빠는 말이 안 통해!!' 하게 외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빠를 믿고 의지해 주는 것 같아 참 다행이다 싶다. 

 

대망의 빼빼로데이 날, 퇴근을 하자마자 어떻게 했냐고 묻자, 친구에게는 결국 '차별하지 않고 주기'를 선택했단다. 대신 다른 친구들보다 가장 마지막에 주는 걸로 소심한 복수를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