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는 이에게

2024. 11. 21.

[53글]

 

올해 1월 새로 비딩 하는 제안 건이 있었다. 입사한 지 3개월이 안 되었을 때라 회사 분위기도 잘 모르던 그때, TFT로 제안팀이 꾸려지면서 각 팀에서 한 명씩 차출되어 몇 사람이 제안서를 함께 쓰게 되었다. 서먹할 틈도 없이 달리던 우리들은 며칠 밤을 새하얗게 불태우며 비딩을 마친 후, 조만간 밥 한 번 먹자고 약속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후로 각자의 현업에 치이면서 나는 회사에 적응을 해나갔고, 그렇게 꼭 10개월이 지났다. 오늘 오후에 그때 제안에 함께 했던 제안팀 친구 중 한 명을 만났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며 퇴사 인사를 건넸다. 다른 부서의 사람이라 왜, 어떤 이유로 퇴사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캐물을 위치나 관계도 아니지만, 그때 함께 치열했던 시간이 떠올라 무척 아쉬웠다. 아직 밥도 못 먹었는데, 차도 한잔 같이하지 못했는데...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퇴근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짐을 바리 싸들고 가는 그를 회사 앞에서 또 마주쳤다. 작은 선물 상자까지 건네어받았다. 다음에 회사 근처에 올 일이 있을 때 뵈어요...라는 말도 남겼지만, 그동안 만난 수많은 퇴사자 중 아무도 회사를 찾아오지 않았고, 그 역시 오지 않을 걸 알기에 그저 건승을 빈다고 미안한 말만 건네고 말았다. 

 

그렇게 고생했는데 여길 왜 와요. 

나중에 길에서 오가다 마주치면 더 반갑지 않겠어요?

고마운 퇴사기념 쿠키는 반가운 커피로 갚을 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