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

2024. 10. 15.

[18글]

 

첫째가 태어났을 때, 이름을 잘 짓는다는 작명소를 찾아 아이 이름을 부탁했다. 남자아이 이름 같았지만 불만없이 OO이라는 이름을 받고 쓴 지 3년이 되었을 때, 둘째가 태어나 같은 작명소에 이름을 또 부탁했다. 작명가가 대뜸 하는 말이 "OO 어떤가요?"란다. 첫째 이름도, 둘째 이름도 OO? 어이가 없었다. 그 작명가를 통해서 이름을 지은 많은 아이들이 성의 없이 던진 OO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에 짜증이 밀려왔다. 결국 둘째 이름은 내가 짓고, 언젠가 첫째가 원할 때 이름을 바꿔주기로 했다.

 

 

   

코로나 시기, 집에서 줌 수업을 하는데 딸아이 앞으로 보내오는 교구들이 죄다 파란색이었다. 같은 반 여자 친구들은 분홍색을 받았단다. 문화센터 같은 곳의 수업을 신청해도 마찬가지, 선생님들이 아이의 이름만 보고 로봇이 그려진 물품을 준비해 줬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언젠가 개명 이야기를 처음 했을 때 그제야 이런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얼마나 서운했을까, 진작 개명해 줄 걸... 하고 후회가 됐다.

 

아이와 상의하여 만족스러운 이름을 짓고, 한자를 정해 서둘러 개명 절차를 밟았다. 목표는 초등학교 졸업사진에 바뀐 이름을 넣기. 두 달 반 만에 법원의 개명허가 판결이 나오자마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까지 빠르게 진행했다. 오늘 아침에서야 아이는 바뀐 이름이 쓰인 주민등록초본을 가지고 신이 나서 등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