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의 계절
2024. 10. 29.
[25글]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문득 깨닫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얼죽아를 달고 살던 내가 웬만하면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떡볶이, 햄버거 같은 음식보다 뼈해장국, 갈비탕, 삼계탕, 순댓국 같은 국물 있는 음식을 찾게 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새삼 '나이 먹음'이 느껴진다.
오늘 날도 우중충하니 나잇값을 하려는 듯 설렁탕이 몹시도 당겼다. 그래서 회사 상무님을 꼬드겨 설렁탕을 먹으러 나섰다. 상무님은 음식의 호불호가 강해 꼭 가서 먹어야 하는 곳으로만 가는 양반이라 멀리 가는 게 귀찮고 피곤하지만, 그와의 식사는 내 카드를 안 쓰므로 매우 환영이다.
설렁탕만 먹어도 되는데, 수육까지 주문했다. 이걸 다 먹으면 오후에 밀려오는 졸음과의 한판승부가 예상됐지만, 수육은 못 참지! 절인 깻잎쌈을 싸서 야무지게 먹어 치웠다. 설렁탕 한 그룻도 뚝딱, 선선한 가을은 역시 설렁탕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