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마지막 바다

2025. 1. 30.

[61글]

 

새로운 회사에서 첫 1년을 보내면서 연차와 반차를 쪼개서 총 12일을 쉬었지만, 1년 내내 태풍이 몰아치는 듯한 바쁨 때문에 휴일 근무에 대한 보상 휴가가 무려 29.5개나 쌓인 채로 2024년을 마무리해야 했다. 팀원들 하나, 둘 시기에 맞춰 여름휴가를 보내고 나니 정작 여름이 지나버려 휴가다운 휴가를 쓰지 못한 채 말이다. 

 

연말에 큼지막한 제안 2개를 쳐낸 후, 작심하고 휴가를 냈다. 어디를 갈까 와이프와 고민도 했지만, 고작 며칠 간의 휴가로 큰 마음은 먹을 수 없었기에 만만한 동해로 향했다. 기승전 동해. 이제 머리가 좀 큰 아이들은 '또 동해야?'라고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아빠가 동해를 좋아하니까'라고 아이들을 설득한 와이프의 배려 덕에 휴가지를 빨리 결정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짧은 기간에 멀리 가긴 어딜가냐는 뼈 있는 말도 잊지 않고 했지만.

 

 

 

차가운 바람 때문에 오래도록 감상할 수 없었지만 새파랗고 단단한 바다내음이 숨통을 트이게 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는 두 녀석들도 좋았는지 장난을 치다가 신발을 신은 채로 바다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간만의 여유. 짧은 휴가를 마치고 엄청난 밀도로 몰아치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상상만으로 숨이 턱 하고 막히기도 했지만, 금방 다시 돌아오자며 위안을 삼았다. 

 

... 여기까지 글을 쓰다가 발행을 못하고, 보름 가까이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간 낙상으로 쇄골을 수술해야 하는 웃픈 사연이 있었고, 제안은 무사히 끝났지만 수주하지 못했고, 새로운 제안 2개를 시작했다. 2025년에는 더 꾸준히 블로그를 해야겠다는 다짐도 덕분에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답답한 마음에 컴퓨터를 켰지만 어깨를 못쓰는 통에 어정쩡한 자세로 타이핑을 하는 지금, 사는 게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깨가 좀 나아지면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