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갖기

2025. 7. 23.

[65글] 

 

어릴 적에는 온갖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늘 이런저런 취미를 가지려고 했던 것 같다.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낸 건 아니었지만 취미를 갖는다는 건 그만큼 돈이 든다는 것도 일찌감치 깨달았고, 새벽부터 저녁 느즈막까지 일을 하고 들어오신 부모님이 간간히 내게 주신 용돈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관심 있던 취미들은 관련 책들을 보며 선망만 하다가 시들어버리기 일쑤였다. 

 

 

프라모델 세계에 관심을 갖게 했던 에반게리온. 하지만 나는 사지 않았지.

 

중학교 때쯤에는 프라모델에 관심이 많아져서 친구와 '취미가'라는 잡지를 사서 함께 보며 당시 7만 원쯤 하는 에반게리온 프라모델을 사고야 말겠노라고 다짐했던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7만원은 꽤 컸던 돈이었던지라 용돈이 모여가는 동안 프라모델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지기도 했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결국 사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아쉬움 때문인지 가끔 가족들과 대형몰에 있는 프라모델 샵을 지날 때마다 아들 손을 잡고 들어가 '이거 사줄까? 저거 사줄까?' 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정작 아들 녀석은 큰 관심이 없지만. 

 

요즘에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본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의 부모님을 둔 나의 관심사가 어쩌면 사치처럼 보일까, 허투루 돈을 쓰는 아이로 보일까 두려워 시도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에 최소한의 시도라도 해봤으면 하는 까닭이다. 요즘 둘째 녀석이 야구에 푹 빠지면서 야구공, 글러브, 한화 이글스 유니폼까지 사다 주고, 최근에는 예약하기 힘들다는 야구장 티켓을 구매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우리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풍족한 경험을 하며 자랐으면 좋겠다. 취미는 이런 경험의 시작이 아닐까. 지나보니 재미있는 세상은 책 밖에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때가 많다. 요즘은 중학생 큰 딸아이가 아빠의 취미에 관심이 많아 블로그를 쓰고, 기계식 키보드를 두드리고, 필름카메라를 배우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중이다. 뭘 또 가르쳐주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