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의 기록
2024. 12. 16.
[60글]
이곳에 글을 쓰면서 언젠가 한 번쯤 '정답의 기록'이라는 글 제목을 쓸 일이 있지 않을까 했다. 이벤트처럼 말이다. 12월 3일 밤, 팀원들과 늦은 회의를 마칠 즈음 터진 비상계엄령은 회의실에 모여있는 우리를 동요시키기에 충분했던 '깜짝 이벤트'였다. 철야가 예정되어 있던 밤이었지만 이런 분위기에 일이나 할 수 있겠나 싶어 덕분에 자정을 넘기기 전에 모두 귀가할 수 있었다.
TV를 잘 틀지 않는 편이지만 요 며칠 계속 뉴스채널을 틀어놨다. 내가 갓 두 살 때 터졌던 전두환 발 비상계엄은 역사책으로 본 게 다지만, 이렇게 현실로 마주하니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깊은 빡침이 계속되었다. 그 당시의 우리의 아버지 세대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TV 속에서는 연일 잘잘못을 따지는 목소리가 흐르고, 나는 잘못 없다는 꼬리 자르기, 귀를 틀어막고 내 할 이야기만 떠들어 대는 거북한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코미디 같은 상황이 현실이라는 게 너무도 씁쓸했다.
지난 주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앓던 이가 빠지는 느낌이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멍청한 한 나라의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에 편에 서서 내릴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는 둥 헛소리로 일관했지만, 결국 모든 일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 아닐까. 사필귀정(事必歸正). 첫 '정답의 기록'을 이렇게 글로 남겨둔다.